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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동해안 여행] 울진, 죽변항 & 강릉, 경포대

얼마 전 동해안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울산에서 출발해서 포항을 거쳐 7번 국도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위로 죽 올라가는 코스였다.

자전거 여행과는 달라서, 구석구석 다 다녀볼 순 없었지만 차 안에서 눈으로만 보는 여름바다도 시원하고 상쾌했다. 한여름의 라이딩 때처럼 심한 피로감도 없고 강렬한 태양도 없다.

 여행은 같은 장소라도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다. 나는 사람이 성가셔서 주로 홀로 여행을 즐기는 편인데 이번엔 자매 둘이 떠나는 여행이다. 차를 타고 긴 거리를 달리면서 어릴 적 추억도 소환해내고, 살아가는 얘기도 하고 혼자일 때보다 좋은 점도 더러 있다.

동해안은 자전거로 워낙 많이 달려서 어디쯤 가면 뭐가 있고 그런 정도는 훤하게 꿰차고 있는 나.

"어, 저 길은 자전거로 갔을 때 너무 좋더라 저리로 들어가 보자" 우린 도로 표지판을 무시하고 자전거길인 파란선이 이끄는 대로 자꾸만 따라 들어갔다. 그 때문에 예정 시간보다 훨씬 많이 걸렸고, 쉬엄쉬엄 들렀다 가면서 옛 추억도 불러오고 사진도 찍어댔다.

여행은 미지의 길을 가는 설렘도 있지만, 수차례 가 본 길도 나름의 재미와 묘미가 있다. 

칠포, 월포, 장사해수욕장을 지나 울진 위의 죽변항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기웃기웃 지려하고 있었다.

군데군데 들리면서 늑장을 부린 탓에 예정시간보다 많이 늦었고, 점심도 대충 때운 우리는 허기가 졌다.

죽변항 부근에 서둘러 숙소를 잡고 밖으로 나왔다. 죽변항의 석양이 멋지다.

작은 항  근처에 횟집이 즐비해있다. 펜션에서 추천해주는 놀부 횟집에 자리를 잡고 우선 시원한 소맥을 한잔 쭉 들이키며 목을 축였다.

횟집 주인은 오늘 오징어가 싱싱하다고 했지만 왠지 당기지 않아서 활어회를 시켰는데 이것들이 영 시들하다.

오징어가 싱싱하다는 말은 다른 횟감은 싱싱하지 않다는 말이었구나. 산지에서 펄펄 뛰는 것을 먹으러 왔는데 완전 실망이다.

우리는 큰 대접과 채소를 달라고 해서 무침회로 만들었다. 각종 채소와 양념을 듬뿍 넣고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리니 그런대로 맛이 살아났다. 술안주로는 그만이다.

아침이 밝았다. 해가 뜨기전에 동네 한 바퀴 조깅하고 아침을 간단하게 챙겨 먹고 다음 장소로 출발했다.

삼척 시내로 들어가 식객에 나오는 맛집 '남궁스넥'을 어렵게 찾았다. 보리밥을 배불리 먹고 나오니 빗방울이 조금씩 듣는다.

해변도로로 다시 빠져나와 강릉으로 천천히 올라간다.

경포 호수를 거쳐 가슴이 탁트이는 경포대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여기에 오니 이제 휴가지에 왔다는 실감이 제대로 난다. 넓고 길게 이어진 해변. 비키니를 입은 여인, 제트스키, 하늘을 나는 패러글라이딩,, 멋지다..

잠시 들렀다 속초로 올라가려했는데 넓고 활기 넘치는 바다에 반해서 경포대에 숙소를 잡아버렸다.

해변에는 바닷가를 조금 비켜나 솔숲이 길게 이어지고, 군데군데 해당화가 곱게 피었다. 진분홍 해당화에서는 연한 장미향이 났다. 내가 좋아하는.

솔숲에는 여름 해변도서관이 있다. 바닷바람 솔솔 그림 같은 바다. 독서하기 최적의 장소다.

"여기까지 와서 무신 독서를~ "

근처 맛집을 검색해서 물회를 안주로 깔끔하게 소주 한잔을 마셨다. 

우리는 긴 캔맥주를 하나씩 들고 해변을 향해 걸었다. 한낮의 불볕더위와 복작이는 인파가 물러간 바다는 마치 초가을 저녁처럼 쾌적하고 조용하다.

바다를 보면서 흔들그네에 앉아서 마시는 맥주는 짜릿하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는 노을을 머금고 수시로 색이 변해간다.

저쪽 바다와 이쪽 바다의 색이 다르다.

아까 봤을때와 지금 보는 바다가 다르다.

우리의 얼굴색도 바다를 따라 천천히 변해간다.

오늘 숙소는 멋지게 잘 잡았다. 경포 에메랄드 비치. 부근에 편의 시설도 있고, 침실에서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방이다. 물놀이를 하다 젖은 옷을 말릴 수 있는 건조기까지 비치되어있다.

    

밤에는 불꽃놀이하는 청춘들 덕분에 베란다에 편안히 앉아 멋진 야경 감상하다.

밤이 깊어지자 예상했던 태풍이 세차게 몰아친다.

우리는 베란다 문을 열고 유리문도 활짝 열어놓고 쏴 밀려오는 파도소리와,

무섭도록 거센 빗소리를 들으며 깊고 아득한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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