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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하완

가볍게 읽을거리를 찾던 중 눈에 띈 책인데 잠깐씩 읽기도 부담없고, 베스트셀러이기도 해서 읽게 되었다. 작가 하완은 6년 차 일러스트레이터다. 책 사이사이 그려진 삽화가 재미를 준다.

총 4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나

2부. 한 번쯤은 내 마음대로

3부. 먹고사는 게 뭐라고 

4부. 하마터면 불행할 뻔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투잡을 뛰었다. '열심히 사는데 내 삶은 왜 이 모양인가.'

억울한 마음이 극에 달한 날, 대책도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됐지만 그림 의뢰도 없고

결정적으로 그림 그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놀고먹는 게 주된 일이 됐다. 이제야 적성에 맞는 일을 찾게 되어 더욱더 게으르게 살다 보니 열심히 살지 않는데 도가 텄다.

특기로는 들어오는 일 거절하기, 모아놓은 돈 까먹기, 한낮에 맥주 마시기 등이 있다. 다수의 책에 그림을 그렸고, 쓰고 그린 그림책도 한 권 있지만 굳이 밝히지 않겠다. -작가의 말

세상은 우리에게 열정을 가지라고 강요하고 그 열정을 약점 잡아 이용하고 착취한다. 그래서 열정을 함부로 드러내는 건 위험하다. 이런 세상이라면 차라리 열정이 없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열정은 좋은 거다. 나를 위해 쓰기만 한다면 말이다. 내가 어떤 것에 열정을 쏟고 있다면 그 열정이 나를 위한 것인지, 남을 위한 것인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34쪽)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다. 어떤 길을 고집한다는 것은 나머지 길들을 포기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작가는 '홍대병'에 걸려 4수를 하고 합격했다. 어렵게 들어간 대학에서는 정작 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생활을 다 보내게 된다. 그렇게 원하던 홍대 미대에 들어갔지만 소문처럼 인생은 변하지 않았고, 캠퍼스의 낭만과 배움의 열정보다 학비를 벌기 위한 노동만이 남았다.

오직 한 가지 길밖에 없다는 믿음이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것은 집착이다. 처음부터 노력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고, 최선을 다해 보지만 집착을 해서 매달리지는 마라는 뜻인 것 같다.

살아보니 정말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길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해보지 않은 길이다.

나에게 있어서 오랫동안 다녀온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인생의 끝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았다.

물론 어쩔 수 없어서 최후로 선택한 길이기는 하지만 내 인생계획에 없었던 이길도 살아보니 할만한 것이었다. 길은 하나가 아니더라는..

내가 한 선택이 당장은 맞는 것 같아도 세월이 흘러 잘못된 결과를 낳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나중에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자신을 괴롭힐 필요는 없지 않을까? (70쪽) 

내 인생의 마지막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미 선택해서 가고 있는 길이라면, 돌려놓을 수 없는 것이라면, 후회하지 말자. 

섣부른 선택을 죄악시하지 말고 자괴감에 빠지지도 말자.

나중에 더 좋은 결과로 나를 웃게 해 줄지도 모르니.

우리의 영혼은 늙어가는 육체에 갇혀 있다. 내 영혼이 아무리 자유롭다고 한들 나이 먹는 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가끔은 나이를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특히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말이다. (136쪽)

나는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나이가 먹었다는 것을 느낀다.

딸아이의 싱그러운 웃음에서 내 나이를 본다. 나도 저렇게 풀잎처럼 싱그러울 때가 있었던가..

젊은 사람들을 보면 "좋을 때다"라고 말하는데 진심으로 공감한다. 좋을 때다. 하지만 젊은 그들은 모른다. 그들이 얼마나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지를. 

그렇다. 나이를 잊자.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데 나이가 많아서 못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우리는 초능력자가 아니다. 원래 세상일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정상이고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꿈꾸던 대로 되지 못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삶을 끌어안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

세상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힘들다. 열심히 노력은 하지만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다.

모든 사람들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다 이룰 수 있을까. 세상에는 꿈을 이루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렇다고 실패한 인생은 아니지 않은가.. 

나만 그런 건 아니니까 위로가 되었나?

여하튼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는 것은

'열심히 살지 말고 대충대충 살아라'가 아니라

'열심히 견디는 삶을 살지 말고 재미있게 살아라'라는 메시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