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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영해여행& 영덕 바다사랑 펜션

영덕 군청에 볼일을 보고 나와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모처럼만의 시골 나들이인데 폭염의 도시 속으로 바로 기어들긴 싫었다.

그래. 시간에 쫒기며 사는 사람도 아닌데 서두를 필요 뭐 있어. 느리게 쉬었다 가자.

영해 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차에서 내리는데 공기부터 다르다. 후덥지근하고 짜증 나는 도시의 공기가 아니다. 적당한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맑고 선선하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상쾌함을 만끽하며 바다로 난 길을 향하여 천천히 걸었다. 몇 시간에 한 대씩 있는 마을버스를 기다려도 되지만 기분 좋은 공기를 마시며 오래오래 걷고 싶었다.

영해 읍내에서 괴시마을로 가는 길목에 영덕 로하스 마라톤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이번 주 열리는 대회인데 나도 하프로 참가한다. 엄청 더울 텐데 각오를 다져야겠다.

영해고등학교를 지나서 대진 해수욕장 방향으로 걷는다. 마라톤 훈련 중인 아빠와 그 뒤에서 자전거를 타고 따르는 열 살 남짓한 아들의 모습이 참 정겹다.

접시꽃의 꽃말은 '단순, 편안..'이라고 한다. 전봇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 더러는 고개를 꼿꼿이 내밀고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편안했던 사랑?       도종환 님의 '접시꽃 당신'이 생각난다.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내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 지고 찬바람이 불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대진 해수욕장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노을이 지고 있는 바다사랑 펜션에 도착했다.

펜션 들어가는 입구에 12 간지 동물들이 나란히 줄지어 서있는 독특한 인테리어.

돌담에 무리 지어 핀 이름 모를 꽃들과 수국이 탐스럽다.

가족 숙박객을 위한 놀이시설과 그네가 있다.

 앞마당에서 내려다 본 잔잔한 바다

내가 묵은 독채 바로뒤를 소나무가 병풍처럼 두르고있다

목조로 된 아늑하고 조용한 공간

침대 발치에 놓인 책장에 잡지나 가볍게 읽을거리와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 꽂혀있다.

창으로 내다보이는 전경.

휴가철도 아니고 평일이라 이 넓은 펜션에 덜렁 나 혼자다. 고요함도 좋지만 좀 무섭기도 하다.

이런 내마음을 눈치챘는지 "우리 마을에는 나쁜사람 없습니다. 보시다시피 대문이 없는집이 대부분입니다."

혼자 조용히 쉬러 오는 사람도 많단다.  "새벽에 쿵쿵 소리가 나도 놀라지마세요. 노루가 산을 뛰어다니는 소리랍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집 뒤로 난 길로 산을 오르면 참 좋아요."

주인 아줌마는 몇마디 주의사항을 일러주고는 차를 몰고 가버렸다. 혼자 남겨진 나는 뭔지 모를 불안감에 사방으로 난 창문을 꼭꼭 걸어잠갔다.

커튼 사이로 빛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꼭꼭 여미고 몇번이고 문단속을 확인했다.

그리고, 숨을 죽이고 책을 읽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바람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다 자다를 반복했다. 빨리 까만 어둠이 물러나기를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