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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영덕 블루로드 & 대진해수욕장

 어제는 낯선 곳에서 혼자라는 두려움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 하다가 4시에 눈을 떠서 다시 잠들 수가 없었다. 이왕 못 잔 것 5시 일출이나 보자며 누워서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어 일출을 놓치고 말았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잔잔한 아침바다는 평화로웠다. 바다를 슬슬 둘러보다가 뒷산을 올랐다.

소나무가 빽빽이 심어진 야트막한 산은 공기부터 상쾌했다. 바다를 앞에 둔 낮은 산에 여러 빛깔의 야생화가 산길을 비켜나 피어있다.

군데군데 산 짐승들의 배설물이 뿌려지고 하수오와 각종 산나물들도 정렬되어 있다. 이름표까지 세워 놓은 걸 보면 산주인이 정성 들여 심고 가꾸나 보다. 그의 세심한 성격이 엿보인다.

깊은 호흡을 하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 산 중턱까지 올라가서 기지개를 한번 켜고 걸음을 빨리해서 내려왔다.

어젯밤에는 까만 어둠이 무서웠는데 아침의 산은 그 적막함에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이러다 산짐승이라도 마주치면 큰일이다.

아침을 먹고 중무장을 하고 블루로드길을 따라 천천히 길을 나섰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간간이 불어주는 바닷바람이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의병장 김도현 님 비. 몇 해 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하루에 두 번 이상 지나갔던 길이었지만 멈춰 서서 제대로 읽어보긴 처음이다.

라이딩 때는 잘 되지 않는 도보여행의 좋은 점이다.

대진 해수욕장 가는 길. 얕은 바닷가 물이 너무나 맑다. 폴짝 뛰어내려 발을 담그고 싶다. 흐린 영혼이 맑아질 것 같다.

초겨울에는 그물망을 들고 미역 등 해조류를 채취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지.

집앞 바다에서 건져올린 미역을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도 먹었었지. 그때 입안 가득 퍼지던 바다냄새.

담벼락에서 파란옷의 소년이 물뿌리개로 청춘을 뿌리고 있다.

소년이여. 나에게도 청춘의 물로 흠뻑 적셔달라.

담장이 새로 단장을 했다. 도로도 정비한것같다. 이년전만해도 군데군데 움푹 파이고 시멘트가 떨어져나가 엉망이었었다.

그때의 이곳 도로는 자전거 초보자인 내가 라이딩 하기에는 겁이 났었다. 싸이클은 타이어가 가늘어 조그만 날카로운 돌에도 펑크나기 쉬웠고, 움푹 파인곳으로 잘못 갔다가 더러 넘어지기도 했다.

어느날 해질무렵 혼자 라이딩중 파인곳에 넘어지면서 팔을 다쳐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지금은 매끈하게 정비된 도로가 보기에 좋다.

대진 해수욕장. 한쪽에서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해변을 비켜난 곳에 소나무가 빽빽이 심어져있다. 시원한 솔바람이 더위를 식혀준다.

여름의 바다는 가까이 다가가는것보다 멀리서 보는 것이 더 낭만적이다. 수영을 못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고래불교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영해 읍내로 돌아오는 길.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못해 춥다. 겨울에 이곳으로 난 자전거길을 타노라면 높은 산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으로 인해 얼굴과 양손이 꽁꽁 얼어붙는다. 말그대로 살을 에는 바람이다.

따가운 태양이 내리쬐는 계절에 오니 저 산에서 불어주는 찬바람이 고맙기만하다.

높은 산이 만들어주는 그늘에 기대어 태양을 피해서 천천히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