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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떠나보낸다는 것은

27년 동안 내 옆에 딱 붙어있던 딸아이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2년 전, 한 해를 둘이서 같이 살았던 작은 어촌으로 임용되어 혼자 떠나간다.

짐을 싸고 정리하고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아이 옆에서 착잡해져 왔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분.

딸을 출가시키는 엄마의 마음이 이러할까.

언제까지나 나의 아기일 것 같은 딸아이..

 

어느 책에서 본 글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질기고 치열하고 완전한 사랑은 엄마와 딸의 관계라고.

부부 사이에는 늘 이별이 내재되어 있지만 엄마와 딸 사이에는 영원히 이별이 없다고.

그래.

우리는 살짝 떨어져 살뿐 이별이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이제부터 혼자 살게 될 아이보다

홀로 남겨진 내가 안쓰럽다.

이런 이기적인 엄마 같으니라고!!

 

아이는 씩씩하게 잘 살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낮 동안에는 처음 시작하는 업무를 익히느라 진땀을 빼고

퇴근을 하면서 장을 봐오고

레시피를 열어놓고 맛난 저녁을 만들고

가끔은 반주도 곁들일 것이다.

주말이면,

떠나온 도시에서 온 친구들과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아주 가끔이라도 내 생각을 하기는 할까?

그리고,

나는 혼자를 잘 견딜 수 있을까.

같이 있어도 밥 먹을 때나 술잔 기울일 때 말고는

각자 제 방에서 제 일을 하면서 보내지만 

그래도 같은 공간에 함께 있다는 것과 떨어져 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저녁을 먹으면서 딸아이 생각에 울컥했다.

밥알이 모래알 같아서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벌써부터 이래서 어떻게 견딜까.

떨어져 사는 연습을 미리 해 놓을걸.

혼자서도 쓸쓸하지 않은 연습.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자는 연습.

혼자서도 웃으며 하루를 견디는 연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