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1934년 8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되었던 박태원의 중편소설로, 작가의 실제 일상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이다. 학교 다닐 때 일부 읽었던 것 같은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 다시 읽게 되었다. 중고생이 읽어야 할 한국 중장편 소설 중 한 권이다.
1930년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의 한 사람인 박태원은 서울 수중박골에서 태어났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구보'라는 이름을 호로 삼게 되었다. 집안이 문인들과 친분이 깊어 춘원 이광수를 소개받아 문학수업을 받기도 했다. 그는 경성제일고보 재학 중에 시 <누님>이 <조선문단>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소설의 줄거리]
26세의 소설가 구보씨는 미혼의 무명 소설가이다. 그는 정오 때 집을 나와 경성 시내를 걷는다. 한낮의 거리에서 갑자기 격렬한 두통을 느낀다. 귀도 잘 들리지 않아 자전거에 치일뻔한 구보는 자신이 중이 질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대문행 전차를 탔다가 선을 본 여자를 우연히 보게 된다. 갈등을 하다가 결국 알은체를 하지 않는다. 구보씨와 여자는 선을 본 후 서로가 마음의 문을 먼저 열지 못하고 상대의 눈치만 보다가 멀어져 간 존재였기 때문이다. 여자는 구보씨가 먼저 가까이 와 주기를 갈망하였는지도 모른다
여자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떠났을 때, 아차, 하고 뉘우친다. 그가 그렇게도 구해 마지않던 행복은, 그 여자와 함께 가버렸는지도 모른다.
오후 두 시, 혼자 다방에 앉아 차를 마시며 외로움과 초라한 기분을 느낀다. 우연히 중학 동창을 만났는데 열등생이었던 그가 돈도 많고, 어여쁜 여자와 동행하는 것을 보고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이쁜 여자가 그가 가진 황금을 보고 행복을 찾으려 한다는 생각이 들어 가엾이 안타깝게 생각하다가도 그 사내의 재력이 부럽다.
시인이면서 먹고살기 위해 신문사 사회부 기자를 하는 벗이 왔다. 둘은 옛날처럼 문학이야기를 깊이 있게 논한다. 자신의 문학론과 구보가 쓴 소설에 대해서도 의견을 말한다. 그래도 옛날에는 문학에 가장 열의를 가지고 있었던 벗이, 살인강도와 방화범인의 기사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해가 기울어지자 벗은 집으로 갔지만 구보씨는 누구와 이 황혼을 지내야 할지 망연해한다. 종로경찰서 앞을 지나 친구가 하는 찻집에서 그를 기다리는 동안 아름다운 여인과 건강한 청년을 보며 부러움을 느낀다. 유학시절, 서로 좋아하면서도 어떤 사정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한 여성과의 일을 생각하면서 쓸쓸해진다.
광화문통을 걸어가며 문득, 자기는 위선자가 아니었나 하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기의 약한 기질에 근원 한 거다. 온갖 악은 인성의 약함에서 오는 거라고.
다방에서 친구를 만나 그와 함께 여급들이 있는 술집으로 간다. 술을 마시며 어린 여급과의 조그만 유희에 명랑하고 유쾌해진다. 새벽 두 시에 종로 네거리에 선 구보씨는 아직 잠자지 않고 아들을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의 외로운 얼굴을 생각하며 그 거룩한 사랑을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머니가 원하는 결혼도 하고 좋은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모두가 숙녀화에 익숙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두들 가장 서투르고 부자연한 걸음걸이를 갖는다. 그것은, 역시, '위태로운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들은, 그러나 물론 그런 것을 그네 자신 깨닫지 못한다. 그들의 세상살이의 걸음걸이가,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가를 깨닫지 못한다. 그들은 누구라도 하나 인생에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나, 무지는 거의 완전히 그 불안에서 그들의 눈을 가려준다. (76쪽)
구보는 종로네거리에 서서 황혼을 타서 거리로 나와 노는 무리들을 보면서 그들의 행동을 비판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행동하는 무지한 그들. 자신은 그들보다는 우월하다는 자신감도 있다.
산책자를 비판하지만 과거를 회상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움도 느낀다. 구보가 보여주는 감정상태는 처절한 외로움이다.
자신이 거부한 일상성. 일상과 타협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고독이다.
마지막에는 일상성에 굴복하지 않은 채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며 어머니가 원하는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소설도 열심히 쓰겠다고..
나도 도시를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낯선 도시를 갈 때면 작은 골목길을 따라 그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 나오면서 구경한다.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정리한다. 복잡하게 얽혀있던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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