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이문열의 대표작으로 제11회 이상 문학 수상작이다. 1992년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나는 그때 영화로 처음 접했다.
작가 이문열은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새하곡'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사람의 아들' '젊은 날의 초상' '황제를 위하여' '영웅시대' '불멸' '금시조'등이 있다.
[줄거리]
한병태는 30년전 자유당 정권이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던 때의 국민학교 시절을 회상한다. 서울에서 잘 나가던 공무원이었던 아버지가 좌천되어 이사 오면서 서울의 명문학교를 떠나 보잘것없는 작은 읍의 국민학교로 전학 오게 된다.
전학 온 첫날부터 한병태가 겪게 되는 혼란. 모든 것이 급장인 엄석대 중심으로 돌아가고 아이들은 복종한다. 엄석대는 싸움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선생님의 신임을 얻고 있다. 그는 반에서 아이들을 지배하고 군림한다.
한병태는 새로운 환경과 질서에 대해 생각한다. 그가 여태껏 길들어 온 합리와 자유에는 너무도 어긋났다. 불합리와 싸운다는 것은 막막하고 자신이없었다. 담임선생을 찾아가 그동안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일러바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병태만 이상한 아이로 몰리고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게된다. 가족들까지도 그를 나무란다. 이미 저항의 의사를 버리고 반에서 겉돌고 있다가 어느 날 유리창 청소를 계기로 급장에게 굴종하고 만다. 엄석대 밑으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그를 도우며 그가 보여주는 단맛에 취했다. 이제 병태는 석대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 된다.
새 학년이 되면서 담임선생이 바뀌었다. 사범학교를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선생님. 새로운 급장 선거를 하는데 엄석대가 만장일치로 결정되자 이따위 선거가 어디 있냐며 기묘한 혁명이 시작된다.
엄석대의 성적조작사실도 들통난다. 시험 볼 때 과목별로 우수한 아이들을 골라 답안지의 이름을 지우고 엄석대로 쓰게 한 것을 알게 된 담임선생은 엄석대에게 굵은 매질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차례로 불러 석대가 한 나쁜 짓을 말하게 한다. 아이들은 뺏긴 구슬부터 시작해서 봇물처럼 석대의 비행을 쏟아붓는다. 엄석대의 성이 무너진다.
자기 차례가 오자 병태는 전학 온 지 얼마 안 돼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거짓말한다.
아이들의 자율에 의해 새로운 급장 선거가 개표될때 엄석대는 굴욕적인 개표 결과를 참지 못하고 교실을 뛰쳐나간다. 그 후로 영영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다.
한병태의 삶은 숨가쁘게 흘러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대기업의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만둔다. 사업을 하다가 그 결과 실업자로 지내게되고, 결국 마지막에는 사설학원 강사로 괜찮은 자리를 잡았다.
가족들과 휴가로 간 강릉에서 엄석대를 보게 된다. 그는 수갑에 채워져 형사들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그날 밤 혼자 늦도록 술을 마시며 눈물을 흘린다. 그것이 누구를 위한 눈물인지는 뚜렷하지가 않다.
너희들은 당연한 너희들의 몫을 빼앗기고도 분한 줄 몰랐고, 불의한 힘 앞에 굴복하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그것도 한 학급의 우등생인 너희들이..... 만약 너희들이 계속해 그런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앞으로 맛보게 될 아픔은 오늘 내게 맞은 것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그런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만들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젊은 선생님은 대리시험을 쳐준 우등생들을 불러 매질을 하면서 잘못을 깨우쳐준다. 부당한 권력자 앞에서 저항하지 않고 무너지는 세대. 투쟁을 해서 권리를 찾아야한다는 이야기가 내포되어있다. 소설에서는 엄석대가 몰락한 시기 얼마 후 4.19 혁명이 일어났다고 적고 있다.
한 인간이 회개하는 데 꼭 긴 세월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백정도 칼을 버리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도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느닷없는 그들의 정의감이 미덥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갑작스러운 개종자나 극적인 전향 인사는 믿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들이 남 앞에 나서서 설쳐 대면 설쳐 댈수록.
열성적으로 석대의 나쁜짓을 들춰내는 부류들 중에 그날 아침까지도 석대 곁에 붙어 나쁜 짓에 그의 손발 노릇을 하던 부류들이 석대에 대해 더 공격적으로 대하는 것을 보고 비열한 변질자의 모습을 본다.
그애들은 석대가 쓰러진 걸 보고서야 덤벼들어 등을 밟아대는 교활하고 비열한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서였다. 그런 부류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새로운 권력이 생겨날 때마다 유리한 곳으로 빌붙는.
소설의 시작은 자유당 정권말에 시작해서 엄석대가 몰락할 때 4.19가 일어난다. 그리고 군사독재가 끝나고 30년 후 1980년대 후반의 주인공이 그때를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한병태가 눈물을 흘리는것은 몰락한 권력자를 향한 동정인지, 옛 권력의 향수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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