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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 이근후

백세 시대를 맞아 어떻게 하면 남은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무의미하게 보내는 하루하루가 너무 아깝고,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이 많은 지금 눈에 들어온 책이다.

올해로 85세가 되는 저자는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퇴직이후 사이버대에 들어가 과수석을 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나는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이기도 한 이근후 선생님은 왼쪽 눈은 시력을 잃었고, 다른 눈도 시력이 침침해져서 컴퓨터를 마음껏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할 수 없이 손녀가 알바삼아 글쓰기를 도왔다고 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아흔을 앞두고 비로소 드는 생각들

[2장] 어차피 백 년을 살아야 한다면 -인생을 대하는 태도

[3장] 내가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인생 앞에서 웃을 수 있는 이유-일상을 대하는 태도

[4장] 나답게 살다가 나답게 죽는다는 것-세상을 대하는 태도 오늘 하루,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장] 오늘 하루,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젊었을 때는 의지를 세워 노력하면 웬만한 일은 이뤄낼 수 있을 줄 알았다. 살다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의해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고, 흐르는 시간을 당해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준비한들 미래에 찾아오는 노화와 상실까지 막을 순없다. 준비하되 불안한 마음을 현재의 즐거움으로 달래는 법을 깨우쳐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의 슬픔은 일상의 작은 기쁨으로 인해 회복된다는 사실이니 하루를 열심히 보내는 가운데 사소한 기쁨과 예기치 않은 즐거움이 세월로 인한 무상함과 비애감을 달래준다.    

사람은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살아야한다고 말한다. 사소한 기쁨과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 즐거움은 마음만 먹으면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졸작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읽은 사람들이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그렇게 재미있게 사셨습니까?" 그럼 나는 "내가 언제 재미있게 살았다고 했습니까?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했지요"라고 대답한다. 인생에는 즐겁고 기쁜 날, 슬프고 서러운 날보다 비슷비슷하게 흘러가는 날이 훨씬 많다. 그런데 반복되는 하루를 지겨워하면 재미없는 인생을 살지만, 하루하루 작더라도 즐길 거리를 많이 찾아내고  만들어 가면 재미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 (74쪽)  

 재미있는 일 하나 없다고 지루하게 살지는 말자. 찾아서 누리려고 하면 즐거운 일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인생의 재미는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런 적극적인 태도가 인생을 재미있게 만든다.

용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원한을 쌓게 만든 상대가 매우 가까운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음만 먹으면 평생 만나지 않을 수 있는 타인에게서 큰 상처를 입는 경우는 드물다. 싫어도 매일 볼 수밖에 없는 사람, 때론 나에게 사랑을 주었던 그 사람이 외려 더 큰 상처를 준다. 우리는 용서 불가능한 대상과 사랑과 증오로 얽혀 있다. 이런 관계를 무 자르듯 단박에 정리하기는 매우 어렵다. 관계를 도려내다가 제 살도 도려내기 십상이다. (193쪽)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과거의 일은 이미 지나간 사건이다. 별로 심각하지 않다. 아직도 그런 일로 마음을 쓰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행동한다. 그런 행동이 상처 받은 자를 더욱 억울하게 만든다. 하지만 용서는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용서하지 않으면, 상처 속에서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은 결국 그 자신이다. 어렵겠지만 용서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해야 한다.

저자는 부모 노릇이 힘겨운 사람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첫째, 자녀의 속성을 관찰하라. 부모가 자녀의 속성을 파악해서 적절히 대처해야한다. 자녀가 어릴수록 그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둘째, 아이의 자생력을 믿으라. 자녀의 성장이 부모의 노력 여하에만 달려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세상과 만나며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서 차근차근 독립하는 연습을 하라는 당부를 한다. 요즘은 나이가 서른이 넘어도 독립의사가 전혀 없는 자녀들이 많다. 부모는 이제 책임감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 싶은데, 장성해서도 집을 나가지 않는 자녀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세월이 다 흘러간다고 한탄한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에 대해 시시콜콜 알려고 들면 힘들다고 한다. 자식에 대한 책임감으로 노년이 더욱 피곤해지기도 한다. 그저 10퍼센트로 만족하면서 그 끈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도록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놓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이 들어 찾아오는 우울감의 원인 중에는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해 보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크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진정 자유로운 자신을 꿈꿔 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내가 나답게 살 때 가장 빛나는 나의 존재감이 있다. 하루를 살아도 내 인생이다. 이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노년기이고, 인생 후반전에 들어선 때부터 준비하면 더욱 좋다. (241쪽)

나이 들어 가장 좋은 일은 책임과 의무로부터 해방이다. 우리는 과거에 먹고살기 위해, 더 잘 살기 위해 앞만 보며 허겁지겁 달려왔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느라 나와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누리지 못했다.

이제는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하지 못했던 것을 하나하나 누려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지나온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감사하자.

남은 생을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보낸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