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최전선>의 은유 작가는 학습공동체 가장자리에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 마을공동체 청년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위한 글쓰기 강좌도 열었다. 자기 경험에 근거해 읽고 쓰고 말하면서 자기 언어를 만들고 자기 삶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뜻을 두고 있다. 평소 니체와 시를 읽으면서 질문과 언어를 구한다.
월간지 <나. 들>에 성폭력 피해 여성 인터뷰를 1년간 연재했고, 산문집 <올드 걸의 시집>과 인터뷰집 <도시 기획자들>등을 펴냈다.
이 책은 총 6개의 PART로 구성되어있다.
PART 1 삶의 옹호로서의 글쓰기. 생의 모든 계기가 그렇듯이 사실 글을 쓴다고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다. 삶이 더 나빠지지는 않고 있다는 느낌에 빠지며 더 나빠져도 위엄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되고, 매 순간 마주하는 존재에 감응하려 애쓰는 삶의 옹호자가 된다는 면에서 그렇다. 키워드 글쓰기의 핵심은 삶에 기반한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청춘이라 어떻게 살아야한다가 아니라 나의 청춘은 어떠했다는 있는 그대로의 해석 작업이다. 글을 쓰고 싶은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다.
하나는 기분이 삼삼해지는 일이고 하나는 몸이 축나는 일이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수년간 영화를 한편도 안 보는 사람은 없다. 글을 쓰고 싶은데 글을 수년간 한편도 안 쓰는 사람은 주변에서 종종 본다.
일단 쓸것. 써야 쓴다. 질보다는 양이 문장력 향상의 지름길이다.
PART 2 감응하는 신체 만들기. 사적독서가 아는 지식을 재차 확인하고 필요한 정보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자아를 공고히 할 위험이 있다면 함께 읽기는 이를 피해 갈 기회가 주어진다. 자기 경험이 놓친 부분을 다른 동료의 경험으로 발견할 수 있다.
도저히 감각의 주파수가 안 맞던 시가 계절이 바뀌고 나면 읽힐 때가 있다. 그해 여름에 나를 밀어내던 시가 이듬해 겨울에 조금씩 스며들고 문장들이 마음에 감겨오면 기쁨은 매우 크다.
PART 3 사유 연마하기. 좋은 글은 질문한다. 질문하는 글은 생성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왜라고 묻는 글, 자신을 다양한 존재로 개방하도록 등 떠미는 글, 모든 글의 최종 목적은 '감동'이다.
울림이 없는 글은 누군가에게 가 닿지 못한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어야 좋은 글이다. 자기 입장을 드러내자.
PART 4 추상에서 구체로. 글쓰기는 파편처럼 흩어진 정보와 감정에 일종의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주제를 부각하는 행위다.
마음에 걸리는 것 일단 쓰기, 어지러운 생각들을 자유롭게 마구잡이로 풀어놓는다. 그리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판단해서 덜어내고 보완한다. 하나의 메시지나 하나의 문장 하나의 단어라도 남으면 그건 좋은 글이다.
PART 5 르포와 인터뷰 기사 쓰기.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의 주제를 표현하는 일인데 그건 경험하지 않으면 실상을 드러낼 수 없다.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말한다는 것 충실한 경험에서 좋은 글이 나온다. 인터뷰는 마주하기다. 온몸이 귀가 되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나의 언어로 번역하고 정리하는 일이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거의 다' 좋은 책을 읽었다. 읽기와 쓰기는 다른 행위지만 내용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읽기가 밑거름이 되어 쓰기가 잎을 틔운다. 책을 읽어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넓어지고 사람을 이해하는 눈을 키운다. 세상은 어떤 것이구나 통찰을 얻는다. 모국어의 선용과 조탁, 표현력을 배운다. 좋은 문체에 대한 감을 잡는 것인데, 총체적으로 글을 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이다. (82쪽)
글을 쓰는 과정은 부단히 읽는 일이다. 좋은 글에 대한 감각을 길러놓아야 내 글의 어디가 문제인지 짚어내고 고쳐 쓰면서 더 나은 글을 쓸 수가 있다.
자기 이야기를 솔직히 쓰는 것만큼이나 남의 글을 잘 읽고 솔직히 표현하는 것도 공부다. 강좌 초반에는 글쓰기가 서툴듯 말하고 표현하기도 초보자다. 이럴 때 나는 "봉합된 우정보다 드러난 적대가 낫다"는 까칠한 니체의 말을 빌려 우정의 비평을 권한다. 학인들도 영혼 없는 위로의 말 잔치보다 진실 말하기가 글쓰기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한다. 파국과 혼돈을 초래할 위험을 무릅쓴 진실 말하기, 당장은 불쾌하고 불편해도 적절한 자극이 없으면 자기 글을 냉철하게 볼 수없다. (109쪽)
글쓰기 비법으로 다독, 다작, 다상량의 삼다 원칙을 말하는데, 작가는 여기에 '합평'을 추가로 이야기한다. 읽는 사람은 불쾌함 없이 자신을 부끄러워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듣는 사람은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말하는 기술을 익힌다.
세상에 알려진 유명 작가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만큼이나, 서툰 글을 읽고 서로에게 최초의 독자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중요하다.
좋은 글에는 '근원적인 물음'이 담겨있다. 나는 왜 언제부터 그 일을 알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꿈을 갖게 되었는지, 일을 하는 동력은 무엇인지, 일에 대한 환상이 어떤 지점에서 깨졌는지, 이 일을 계속할지 말지를 정하는 기준은 무엇이지..... 어떤 느낌, 어떤 감정에 사로잡혔을 때 그것을 당연시하는 게 아니라 왜 그런 기분을 느꼈는지 더 깊고 더 진지하게 파고드는 작업, 그게 문제의식이다. (136쪽)
살면서 무수히 겪게되는 별의별 일들, 그것을 통과한 신체는 변화를 겪는다. 이 같은 생각과 느낌이 은은히 차오른 글은 구체적으로 한 사람을 보여준다. 그 글이 다른 이의 경험이나 감정과 겹치고 공감을 낳는다.
남이 써 놓은 글에서 숨겨둔 나를 보았을때 미처 몰랐던 나의 욕망을 알았을 때 그 글을 좋은 글이라고 느낀다. 내가 미처 들춰보지 못한 마음을 누군가 드러내 주면 내 마음이 덩달아 후련해지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시작이 막막했던 나에게 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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