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가 읽어 보라고 권해준 책.
인터넷 뉴스에 7년 동안 댓글을 시를 써서 달았던 댓글시인 제페토님.
한 철강업체 청년의 추락사보도에 댓글을 단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뉴스에 댓글 쓰기를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충남 당진군의 한 철강업체에서 29세 노동자가 작업 도중 발을 헛디뎌 용광로 속에 빠져 숨졌다.
용광로에는 1,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겨 있어 시신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염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그 쇳물 쓰지마라 >
어머니의 한과 눈물이 느껴져 가슴 먹먹하다.자식을 고통속에 떠나보낸 어미의 마음이란 것. 다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자식..애끓는 모정.
이 기사를 비롯해서 40대 인부 추락사, 실종된 수도 검침원, 무전유죄 판결, 일용직 노동자의 시위.. 사회 전반에 걸친 가슴 아픈 기사에 댓글 시로 일침을 가하고 있다.
중국의 한 농가에서 산 채로 새끼 곰 쓸개에 호수를 꽂아 쓸개즙을 뽑고 있었다. 새끼 곰의 절규에 어미 곰은 견디지 못하고 철창을 부수고 탈출해서 새끼 곰을 죽이고 자신도 머리를 부딪쳐 죽었다한다.
너의 가슴팍에
반달을 물려준 것이
이 어미의 죄다
숲에서 포획된
내 아버지 방심이 죄다
죽기 전 아버지는
산딸기를 그리워했다
농익은 다래를 그리워했다
이제 그만 고통을 끝낼 시간
아, 깊은 산 고목 틈에 출렁일
아까시 꿀
<반달>
인간이란 이렇게도 잔인한 것일까. 몸보신 하겠다고 살아 있는 동물의 몸에서 빼내다니..
분노가 치민다.
입맞춤을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웃집에 총기를 난사한 할머니가 붙잡혔다. 그동안 이웃집 남자는 호의를 베풀었는데 할머니는 이를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노년을 아프게 하는 것은
새벽 뜬눈으로 지새우게 하는
관절염이 아니라
어쩌면
미처 늙지 못한 마음이리라
<키스>
시가 가슴속으로 훅 들어온다.
몸은 늙는데 미처 따라 늙지 못한 마음이 아프다.
오래전 소설에서 읽은 주인공의 독백
'사람은 태어날 때 노인의 외형으로 태어나서 죽을 때는 아기로 돌아가면 좋겠다'
기발한 상상이다. 그러면 세월이 지날수록 외모는 점점 싱싱하게 빛날 것이고, 늙지 못한 마음을 원망할 이유도 없고, 더이상 세월의 흐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의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노화되어가고 있는 몸따라
마음도 같이 늙지 않는다는 그것..
'독서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쇼코의 미소 / 최은영 (0) | 2019.08.22 |
---|---|
오직 두사람 / 김영하 (0) | 2019.08.16 |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 가을 겨울 / 이옥남 (0) | 2019.08.11 |
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0) | 2019.08.11 |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0) | 2019.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