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은 김영하 님의 소설집으로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간략한 줄거리를 실어본다.
[오직 두사람]
현주는 어릴 때부터 유독 아버지의 편애 속에 사랑을 독차지하며 성장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엄마와 형제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나가고 아버지의 그늘 속에서 결혼도 않고 평생을 살아간다.
밝은 곳에서 각자 잘 살고 있는 가족들. 현주는 아버지가 쓰러지고 나니 얼마나 그에게 중독되어 살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지금껏 한 번도 혼자 살아보지 않은 삶에 두려움과 혼자 남겨진 쓸쓸함을 느낀다. 산사람은 살게 되겠지.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아이를 찾습니다]
평화롭게 살던 평범한 가정에 아이를 잃어버리면서 모든 생활은 뒤틀리게 된다. 아이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는 일상이 십 년이나 계속된다.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부부는 제대로 된 직장을 잃고, 단칸방으로 옮겨가면서 아이 찾는 일에 모든 것을 건다.
그러던 생활이 지속되자 아내는 정신이 나가고 십일 년 만에 잃었던 아이를 찾게 된다. 그로부터 얼마 뒤 아내는 산에서 실족해서 죽고 힘들게 찾은 아이는 집을 나간다. 이 년후에 다시 그를 찾아온 아이는 갓난아기만 데려다 놓고 또 떠나버린다.
홀로 남겨진 그에게 찾아온 꼼지락거리는 새 생명. 모든 것이 떠나가면, 신은 떠나간 그 자리에 새로운 존재를 데려다줄 것이다. 우리는 또 그렇게 살아질 것이다.
[인생의 원점]
어릴 때 한동네에 자라면서 호감을 가졌던 여자와 이십 년 후에 우연히 다시 만난다. 여자는 남편에게 매 맞으며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다시 만난 그들. 남자에게 여자는 회귀할 원점이었으나, 여자에게 남자는 힘겨운 인생길에서 만나는 대피소였다. 남자는 여자에게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고 싶었지만 여자에게는 또 다른 남자도 있었다.
여자가 죽고 폭력을 가한 남편도 여자의 또다른 남자에 의해 중태에 빠진다. 남자는 이 사건에 휘말려 몰락한 인생을 살 뻔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자신만 빠져나오게 되어 안도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죽었다는 슬픔보다도 위기로부터 빠져나와 자신의 안전을 지켰다는데 자부심을 갖는다.
결국 인간은 너무나 이기적이고, 자신의 행복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옥수수와 남자]
이 작품은 2012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라 그때 처음 읽었었다. 화자와 주변 남녀들의 얽힌 불륜관계.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를 상상력을 동원해 풀어냈다. 글쓰기가 어려운 고단한 작가의 삶이 보인다고 할까. 소설의 첫 부분에서 자신을 닭들에게 쫓기는 옥수수라고 말한다.
원고 마감에 쫓기는 소설가를 빗대어 풀어낸 것일까.
[슈트]
후배 지훈은 태어나자마자 헤어져서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메일을 받고 뉴욕으로 간다. 평생을 여자들 품에 기대 이리저리 옮겨가며 살았던 아버지. 지훈과 똑같은 연락을 받고 온 남자가 또 있다.
둘은 나중에 유전자 검사로 진짜를 가리기로 하고, 아버지의 유품인 정장을 서로 입어보는데 지훈에게 맞춘 듯이 딱 맞다. 딱 맞는 슈트가 아버지인 것만 같다.
지훈은 가지고 온 유골함보다 은은하게 빛나는 슈트가 더 소중한 듯 바라본다. 옷에 대한 굳건한 사랑 같기도 하다. 지켜보는 나는 섬뜩하다.
[최은지와 박인수]
사장인 '나'는 결혼은 하지 않고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않는, 동창의 아이를 낳아 미혼모로 살겠다는 최은지로 인해 회사와 가정에서 곤혹을 치른다. 많은 여자관계로 평판이 나빴던 친구 박인수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떠나기 전 병상에서, 박인수가 알려주는 사람들이 말하는 나의 평판은 형편없었다.
나는 정상적으로 살았고, 부하 직원들을 배려해주며 살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너무도 달랐다. 더 이상 나도 위선을 떨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튀어나오려는 나를 억누르고 자제하며 살아온 것이 어쩌면 위선일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자. 생은 너무나 짧다.
[신의 장난]
신도 우리의 집사 일지 몰라요. 우리를 예뻐하다가도 가끔은 귀찮아지기도 할 거예요. 그러다 어느 날 훌쩍 사라져 버리는 거예요. 아니면 우리가 신을 떠나거나, 그럼 고난이 시작되는 거죠. 밥이나 주는 집사인 줄 알았는데 실은 전 존재가 그에게 달려있었던 거죠 (246쪽)
신이 우리를 귀찮아하기 전에 신을 먼저 떠나와야 한다는 말인가. 그 이후의 삶이 고난이 될 지라도..
생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이외수 님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간다는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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