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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채식주의자 / 한강

 

이 책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이렇게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그중 '몽고반점'은 2005년 이상문학상 작품이다. 그해 처음 읽었으니 그로부터 14년의 세월이 흘렀다. 작가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2016년 영국의 문학상인 맨쿠버상을 수상하였다. 한국인으로 최초다. 그래서 이번에 전 작품을  읽어보게 되었다.

2005년도 읽었던 '몽고반점'을 비롯해 나머지 두 작품은 각각 하나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내용이 연결되는 연작소설이다.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의 시점에서 글을 썼다. 그가 특별하게 이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은 영혜를 아내로 택한 이유는, 그는 과분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것은 그에게 불편한 존재였다. 그냥 평범한 여자를 선택해서 무난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혜가 육식을 거부하기 전까지는 그가 원했던 대로 무난한 삶을 살았다. 어느 날 영혜는 피가 뚝뚝 흐르는 날고기를 먹는 꿈을 꾸고 난 후 육식을 거부한다. 걱정이 된 남편은 영혜의 집에 도움을 요청한다.

영혜의 아버지는 억지로 그녀의 입속에 고기를 넣지만 그것을 뱉어버리고, 화난 아버지가 뺨을 때린다. 영혜는 과도로 자신의 손목을 찌르면서 끝까지 고기를 거부한다.

어린 시절, 영혜의 다리를 물어뜯은 개를 아버지는 개가 죽을 때까지 오토바이에 매달아 달린다. 달리면서 죽은 개가 부드럽게 먹기 좋다고. 검붉은 피를 토해내며 죽어가는 개의 번쩍이는 두 눈을 영혜는 아무렇지 않게 쳐다본다. 그렇게 죽은 개고기를 마을 사람들과 나눠먹는데 성인이 되어서 그 트라우마를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어릴 적의 그 끔찍한 기억이 육식을 거부하게 된 걸까. 아버지에 당한 무차별한 폭력 또한 영혜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몽고반점>은 영혜의 형부의 시점에서 썼다. 그는 미대를 나와 작가라고는 하지만 생계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화장품 가게를 번성시켜나가며 일을 하는 아내를 믿고 평생 예술이나 하자며 살고 있는 그. 아내를 통해 처제가 아직 몽고반점이 있다는 말을 듣고 강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결국 영혜의 나신에 꽃을 그려주겠다고 모델이 되어달라 제안한다.

영혜는 꽃이라는 말에 그의 작업에 동조하게 된다. 온몸에 만발한 꽃과 몽고반점, 침묵의 조화. 그는 몽고반점 1 밤의 꽃과 낮의 꽃이라는 작품을 완성한다. 그는 몽고반점 2를 시도하고자 자신의 몸에도 꽃을 그려 넣는다. 영혜와 그. 온통 꽃으로 뒤덮인 그들은 캠코더로 찍으면서 결국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된다.

<나무 불꽃>은 영혜 언니 인혜가 화자가 된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영혜.  육식을 거부하다 마침내 모든 음식을 끊어버리고 거식증으로 말라간다. 부모조차도 포기했지만 그런 동생을 위해 그녀는 온갖 정성을 다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식물이 되겠다며 끝내 먹을 것을 거부하고 피를 토하며 구급차에 실려간다.   

작가는  10년 전에 '내여자의 열매'라는 단편소설을 썼는데 한 여자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이 되고, 함께 살던 남자는 그녀를 화분에 심는 이야기였다. 언젠가 그 변주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 연작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2장인 <몽고반점>을 십여 년 전에  읽었을 때, 내용이 충격적이었고 작가가 말하려는 것을 알 수 없었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난해한 것은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자신만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면서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위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인가.

아버지는 영혜가 육식을 거부한다고 강압적으로 입으로 떠 넣었고, 거부하자 때렸다. 그녀가 고기를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안고 있는 상처가 있는지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어릴 적 자신이 휘두른 무자비한 폭력에 어린 그녀가 멍들고 있었다는 것을 그는 자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원하는 대로 따라오지 않자 아버지는 영혜를 버린다.

그녀의 가슴 밑바닥까지 들어가 상처를 보듬어 주었다면 치유되지 않았을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과거 어떤 일을 겪었고, 그 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겉모습만 판단할 뿐이다.

단지, 우리가 아는건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넘나드는 고통보다  우리 몸에 난 작은 생채기가 더 아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