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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블루로드 & 대진해수욕장 어제는 낯선 곳에서 혼자라는 두려움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 하다가 4시에 눈을 떠서 다시 잠들 수가 없었다. 이왕 못 잔 것 5시 일출이나 보자며 누워서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어 일출을 놓치고 말았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잔잔한 아침바다는 평화로웠다. 바다를 슬슬 둘러보다가 뒷산을 올랐다. 소나무가 빽빽이 심어진 야트막한 산은 공기부터 상쾌했다. 바다를 앞에 둔 낮은 산에 여러 빛깔의 야생화가 산길을 비켜나 피어있다. 군데군데 산 짐승들의 배설물이 뿌려지고 하수오와 각종 산나물들도 정렬되어 있다. 이름표까지 세워 놓은 걸 보면 산주인이 정성 들여 심고 가꾸나 보다. 그의 세심한 성격이 엿보인다. 깊은 호흡을 하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 산 중턱까지 올라가서..
그 쇳물 쓰지 마라 / 댓글시인 제페토 딸 아이가 읽어 보라고 권해준 책. 인터넷 뉴스에 7년 동안 댓글을 시를 써서 달았던 댓글시인 제페토님. 한 철강업체 청년의 추락사보도에 댓글을 단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뉴스에 댓글 쓰기를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충남 당진군의 한 철강업체에서 29세 노동자가 작업 도중 발을 헛디뎌 용광로 속에 빠져 숨졌다. 용광로에는 1,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겨 있어 시신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염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 가끔 엄..
영해여행& 영덕 바다사랑 펜션 영덕 군청에 볼일을 보고 나와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모처럼만의 시골 나들이인데 폭염의 도시 속으로 바로 기어들긴 싫었다. 그래. 시간에 쫒기며 사는 사람도 아닌데 서두를 필요 뭐 있어. 느리게 쉬었다 가자. 영해 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차에서 내리는데 공기부터 다르다. 후덥지근하고 짜증 나는 도시의 공기가 아니다. 적당한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맑고 선선하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상쾌함을 만끽하며 바다로 난 길을 향하여 천천히 걸었다. 몇 시간에 한 대씩 있는 마을버스를 기다려도 되지만 기분 좋은 공기를 마시며 오래오래 걷고 싶었다. 영해 읍내에서 괴시마을로 가는 길목에 영덕 로하스 마라톤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이번 주 열리는 대회인데 나도 하프로 참가한다. 엄청 더울 텐데 각오를 다져야겠..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 가을 겨울 / 이옥남 일간지를 읽어 내려가다가 어느 작가가 추천해 준 책이 있어서 읽었다. 아흔일곱 번째 봄을 살고 있는 사람. 이옥남 할머니. 한평생을 밭일을 하면서 30년 동안 서투른 글씨로 일기를 써 왔다. 그 삶의 기록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콩밭을 매면서 콩잎을 바라보면서 그리도 귀엽게 생각이 든다. 그러니 뽑는 풀도 나에게는 고맙게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풀 아니면 내가 뭣을 벗을 삼고 이 햇볕에 나와 앉았겠나. 그저 풀을 벗을 삼고 옥수수도 가꾸고 콩도 가꾸고 모든 깨고 콩이고 조이와 팥도 가꾼다. 그러면서도 뭣이든지 키우기 위해 무성하게 잘 크는 풀을 뽑으니 내가 맘은 안 편하다. 그러나 안 하면 농사가 안 되니 할 수 없이 또 풀을 뽑고 짐을 맨다. 뽑아놓은 풀이 햇볕에 말르는 것을 보면 나도 맘은 안 좋은 ..
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처음 읽었을 때 남다른 느낌과 감동이 있었다. 그 신선한 느낌이 두 번째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게 만들었다. 이 책에는 미성년에서 이십 대 초반의 여린 감수성과 방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린 시절의 상처, 그리고 성장과정에서의 혼란이 있다. 젊은 작가의 섬세한 감정 묘사는 공감을 일으키기 충분했고, 글 전체에 아픈 청춘이 묻어난다. '그 여름'을 비롯해서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 '모래로 지은 집'의 줄거리. 같은 고등학교 입학생 모임인 천리안 동호회 정모에서 모래, 공무, 나비는 처음 만난다. 모래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자신을 과시하지 않았고, 사람들에게 관대했다. 그 관대함은 더 가진 자 만이 지닐 수 있는 태도라고 나비는 생각한다. 공..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출간 당시부터 화제가 되었던 책이라 읽어 보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잊어버렸다. 그러다가 며칠 전 딸아이랑 도서관에 갔다가 눈에 띄어 집어 들고 왔다. 어릴 때부터 남성 중심주의 사회에서 불평등을 겪으며 자라온 김지영씨가 초등학생에서 대학생, 그리고 졸업 후 직장에서, 결혼 후 육아 문제까지 남성 우월주의와 부딪치며 좌절하는 모습을 그린 책이다. 한 문장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최대한 표현하자면 '감히' 귀한 내 손자 것에 욕심을 내? 하는 느낌이었다. 남동생과 남동생의 몫은 소중하고 귀해서 아무나 손대서는 안되고 김지영 씨는 그 '아무'보다도 못한 존재인 듯했다.언니도 비슷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25p) 어린 김지영 씨는 남동생 분유를 먹다가 할머니께 입과 코로 가루가 튀어나오도록 등짝을 맞는..